책 리뷰 / / 2023. 11. 5. 12:21

책, 세상을 훔치다 - 우리시대 프로메테우스 18인의 행복한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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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의 책 세상을 훔치다>

 
 
안녕하세요. 책은 전형적인 혼자놀기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책도 둘이 같이 보려면 읽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불편해지더라구요. 문자로 가득찬 일반 서적이야 말할 것도 없고, 여럿이 같이 할 수 없고, 같이 하면 불편하고 재미없는 것이 독서입니다. 다만 독서 자체는 혼자놀기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책을 가지고 어떻게 혼자 노는지, 그것은 궁금하네요. 책을 무슨 이유로 읽는지, 어떤 책들을 읽는지, 읽고 나서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그래서 북카페에 가입하고, 다른 사람이 쓴 리뷰도 관심있게 읽고 있습니다. 하물며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인물들의 책에 관한 이야기라면,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펼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이 책은 내용 이전에 이미 기획에 있어서 일단 점수를 많이 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8인의 인터뷰를 정리한 형식인데 1인당 분량도 많지 않고 사진까지 곁들어져 쉽게 읽힙니다. 명사들의 서재를 보면서 그들이 무슨 책을 읽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어쩌다가 내가 읽었던 책들이 눈에 띄면 괜히 반갑기도 합니다. 그들이 추천하는 도서들을 꾸역꾸역 메모하며 새로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고, 책에 관하여 그들에게 던져지는 물음들을 나에게도 던져보면서 오랫만에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닌 독서 자체에 대한 저의 생각을 되돌아 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다만 책 속의 명사들 만큼 저 자신은 질문에 대해 쉽사리 대답이 튀어나오질 않는 것을 보면 아직 내공이 부족한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이 책은 저처럼 다른 사람들의 책 읽기에 대해 호기심이 동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입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18인이지만, 독서라는 하나의 행위에 대해 각각의 인물들이 부여하는 의미가 저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그러한 다양한 의미 중에서 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의미를 찾아내거나 좀 더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다면 이 책은 그 소임을 다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독서는 대리 경험이이라는 장영희 교수나, 독서는 보물을 찾는 것이라는 유인촌씨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독서를 함으로써 의문이 선명해진다는 김진애씨의 말이 새롭게 들렸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을 통해 친근해지거나 더욱 친근해진 명사들이 있는 반면, 여전히 친근해지지 못한 채 인터뷰를 마친 명사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짤막해서 아쉬운 인터뷰가 있는가 하면, 약간 뜬구름 같은 이야기만 하다가 책에 관한 얘기는 그냥 끼워넣기 식으로 진행한 듯한 인터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러한 인터뷰가 많지는 않으니 책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진 않아 다행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개인적으로는 유인촌씨에게 더욱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다. 유인촌씨는 <폭풍의 언덕>을 감명깊게 읽었고, 연극으로 만들 생각까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어디 공기 좋은 곳에 가서 아무 간섭 없이 하루 종일 책을 실컷 읽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청소년기에 <폭풍의 언덕>을 너무 감명깊게 읽었고, 몇 년 전부터 내가 생각해 온 삶은 시원한 강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책만 읽고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독서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똑같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것만으로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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